부동산 PF가 국내에 가장 큰 악재라는 글을 여러 번 썼는데, 정확히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그리고 부동산 PF이슈의 시발점이 될 수 있었던 태영건설의 주가 움직임을 살펴보면서, 시장에서 이 위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아보자.
1. 부동산 개발 구조
부동산을 개발할 때는 시행사, 시공사 그리고 금융권으로 크게 구분된다. 시행사는 부동산 개발에 대한 계획을 설계하는 곳으로 어느 위치를 어떻게 개발하면 수익성이 나올지를 계산하고, 개발 사업의 시작을 계획하는 곳이다. 시공사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건설사다. 그리고 여기에 금융권이 개입된다. 이유는 이렇다.
시행하는 보통 아주 영세하다. 부동산 개발의 계획을 세우고 땅을 매입하는 역할을 하는데, 땅을 매입하기에는 그들의 자본력이 뒷받침되지 못한다. 그럼 부동산 개발 사업은 어떻게 진행될까?
시행사가 계획한 사업이 돈일 될 것 같다는 판단이 들면, 시공사인 건설사들이 참여하게 된다. 이때, 시행사는 영세하고 땅을 본인 자금으로 매입할 수 없기 때문에 당연히 대출을 진행하게 되는데, 은행이 영세한 시행사를 믿고 큰돈을 대출해 줄 리 만무하다. 그렇기에 시행사는 보통 시공사를 보증사로 걸고 대출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지금처럼 부동산에 문제가 생길 때 이슈가 된다.
2. 태영건설 워크아웃 배경
지금처럼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게 되면, 분양이 제때 일어나지 않게 되면서 시행사가 대출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이렇게 되면, 시행사가 받은 대출이 시공사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태영건설 역시, 무리한 개발에 참여하면서 영세한 시행사의 보증을 많이 섰고, 이들 시행사가 파산하면서 그들의 대출을 그대로 떠안게 됐다.
이렇게 되면서 태영건설이 첫 번째로 어음을 갚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건설사들은 괜찮을까? 이미 부동산 PF가 130조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다른 건설사들도 정도의 차이지, 좋지 못한 상황일 테다. 이렇다 보니 롯데건설의 유동성을 문제 삼은 리포트가 공개된 이후에 수정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3. 국내 증시에서 PF 이슈 영향
우선 지금까지는 국내 증시에서 태영건설발 PF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의 주가 차트를 살펴보자.
관련 이슈가 터지면서 하락했던 주가가 어느샌가 대부분 반등한 것을 알 수 있다. 배경에는 총선이라는 이슈도 있다. 해당 이슈를 그냥 터트려버린다면, 여권의 총선 패배가 당연하다. 그래서 대부분 부동산 PF 만기를 총선 이후로 넘겨놓은 상황인데, 이런 이유 때문에 총선 이후의 증시에 대한 걱정이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태영건설을 정부가 그대로 두진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런 이유로 태영건설의 주가가 많이 하락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다른 건설사 주가 역시 그대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볼까?
태영건설이 첫 번째 부동산 PF의 트리거가 됐다. 이 회사를 정부가 대충 얼버무리고 세금을 투하해서 살려준다고 가정해 보자. 게다가 뉴스에서는 태영건설이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음에도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가 많다. 그럼 이 건설사 하나로 지금의 현상이 끝날까?
아니다. 나머지 130조 넘는 PF를 나머지 건설사들이 떠안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면, 정부는 오히려 태영건설을 강하게 몰아붙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태영은 SBS나 에코비트 같은 알짜배기 자회사를 정리하고 싶지 않아 하는데, 정부가 개입해서 억지로 이런 회사를 강제로 매각해 부동산 PF를 해결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건설사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스스로 본인의 알짜배기 자회사를 지키기 위해 차선의 자회사들의 매각을 진행해 스스로 PF 이슈를 해결할 테다. 정부가 태영건설에 대한 뉴스를 크게 강조하는 것을 보면, 아마도 이런 접근 방법이 발동되는 것은 아닌가 추측해 본다.
4. 현재와 미래
현재는 부동산 PF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태영건설 이슈가 잘 해결돼서 연달아 나올 다른 건설사들의 PF 문제들도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양상이 만들어진다면, 증시에서는 오히려 호재로 반응할 수 있다.
반면, 태영건설 이슈 해결이 매끄럽지 않게 되면서 여러 건설사의 PF 이슈가 터져 나오면, 증시는 폭락할 것이다. 세금으로 막아줄 수 있는 PF는 한계가 있고, 그렇다면 살릴 필요 없는 건설사들은 부도처리가 될 텐데, 이들이 남긴 PF 손해는 고스란히 금융권에서 떠 앉게 되기 때문이다.
시행사, 시공사 및 금융권들이 돈에 눈이 멀어 무리하게 확장한 이 빚덩어리들을 국민 세금으로 해결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의 한 번에 파산하면서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보다는 어떻게 해서든 미연에 이런 상황을 막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긴 할 테다.
결국, 어느 한 지자체장이 일으킨 PF 문제가 시발점이 되어 PF 시장에 유동성이 메말라버리면서 지금의 상활까지 이르렀다. 참, 답답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욕심에 눈이 멀기는 일반 개인 투자자나 회사나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제발 잘 해결되기를. 그리고 미꾸라지 한 마리가 우물을 흐리지 않기를 바란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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