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있었던 에피소드로 회사 생활이 참 쉬워 보이던 사원과의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별일 아닌 것 같지만, 또 한편으로는 회사 생활의 최대 위기이기도 했어요.
1. 첫 만남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메일이 하나 왔는데, 제가 담당하고 있는 과제에 새롭게 참여하게 됐다며, 과제가 진행된 과정과 관련된 대부분의 자료를 보내달라는 내용의 메일이었습니다. 사실, 메일 내용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간결했고, 명확했으며, 그렇다고 마구잡이로 쓰지도 않아서 문제 될 내용이 없었죠. 그런데 이상하게...... 읽으면 읽을수록 기분이 나빠지는 메일이었습니다. 왜 팀 내에서 인수인계를 제대로 하지 않고, 이 많은 자료를 타 부서에 요청했던 걸까요?
2. 에피소드 시작
바로 응대하면, 지금의 기분이 메일에 그대로 담길 것 같아서 하루 이틀 답변을 미루고 있었는데, 전화가 한두 번 울리더니 끊기고 메신저에 알람이 떴습니다.
[안녕하세요. 메일 드렸던 ooo인데요. 요청한 자료는 언제 받을 수 있을까요?]
흠..... 이걸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싶어서, 자료 전달은 가능한데, 업무 인수인계 진행 여부를 물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답변은 없이, 본인이 파악해야 했을 법한 일들을 장문의 글로 묻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느긋한 편은 아니라 전화를 달라고 하고 통화를 했는데 얼마 안 돼서 사원이 뱉어낸 말이,
'그냥 보내주시면 되는 거 아닌가요?'
3. 비하인드 스토리
해당 팀과는 자주 업무 협의를 진행하고, 주간 단위로 결과들을 정리해서 공유하는 관계입니다. 모든 진행 사항들이 오픈되어 있었고, 인수인계를 조금이라도 했다면, 저에게 모든 자료를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일도 없었을 상황이라는 것을 제가 너무 잘 알고 있었죠. 게다가 모든 자료는 클라우드에 저장되어, 과제에 참여한 모든 인원은 누구든 해당 폴더에 들어가면 정보를 볼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전후사정도 없이 그냥 자료를 내놔라??
네. 그냥 인수인계를 했든 말든, 자료를 보내주면 편할 일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자료가 팀 외부로 공식적인 메일로 전달되는 만큼, 과제 내 각 담당자들에게 해당 파일이 최종본인지, 검토가 필요한지 등의 확인 절차가 필요했고, 안 그래도 바쁜 후배들에게 필요 없는 짐을 주는 것 같아 불편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해결하라는 의도로 인수인계 진행을 물었더니, 시끄럽고 자료나 보내라니.
4. 최대 위기
회사생활 중 최대 위기였습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부장이 사원이랑 목소리 키워가며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죠. 고의적으로 어느 정도 침묵의 시간을 보내고, 최대한 차분히 상황을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뭐..... 그 친구도 표현이 잘못되었을 뿐이지, 설마 사원이 부장한테 닥치고 자료나 내놓으란 의도였을까 믿고 싶기도 했고요.
다만, 그 앳된 목소리의 사원과 통화를 하면서, 단순히 세대차이로 넘길 수 있을만한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사건은 회사가 기본적인 회사 예절조차 교육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 같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 친구 잘못이 아니다. 이건 회사의 문제다'라며 달아오른 온기를 차분히 식혔습니다.
5. 회사 생활이 참 쉽죠?
이 통화를 하면서 정말 꾹 참았던 말이 바로 회사 생활이 참 쉽죠? 였습니다. '아'와 '어'가 천지차이 나는 것이 회사임에도, 본인이 요청 못할 자료를 요청한 것도 아닌데 뭘 그리 까다롭게 구냐던 그 사원. 아마 본인이 이루고자 하던 목적이 제일이었을 테고 '본인에게 해당 자료가 없으니 가지고 있는 팀에게 요청해서 받는다!'라고 단순히 생각했을 거라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목적이지, 그 목표 자체가 목적이면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접근하면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얻는 경우가 허다하죠. 왠지 돌려서 말하는 것 같고, 한편으로는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비효율적이지만 효율적인 것들이 존재하는 곳이 바로 회사입니다.
그래서 늘 고민이고 어렵기에, 회사에 적합한 사람인지 늘 고민인데...... 이 사원에게는 이렇게 쉽다니.... 게다가, 본인이 할 일을 우리한테 떠넘겨놓고 뻔뻔하기까지 하니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요?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이 사원과 과제를 함께 해야 하니, 난관이네요.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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