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이직을 생각했던 것은 아닙니다.
1. 결심의 시작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이라는 것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5년만 일해보고 공부하러 가자’란 결심이 이 기간을 채우지도 못하고 ‘이만하면 됐다. 그만하자’로 바뀌게 된 것은, 어느 한 사람의 영향이었습니다.
제가 만난 최악의 선배 중 한 명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사무실에서 전화기를 집어던지고 난리를 친 이유가 저와 통화가 안되서였답니다. 그때가 아마 저녁 8시쯤이이었을텐데, 일하다 저녁을 먹고 남은 일을 하러 연구실로 들어가는 길이었는데, 그걸 못 참고 그 난리를 친 것이었죠. 하지만 기미는 그전부터 보였습니다. 회식자리에서 술잔을 던진다거나, 제 험담을 하고 다녔습니다. 한 번도 절 붙잡고 뭔가 가르쳐 주려고 한적도 없었는데, 나중에 듣고 보니 제가 본인한테 아무것도 묻질 않는다는 이유로 싫어했던 모양입니다.
다행히 입사하고 1년 정도 괴롭히더니, 사내 교육과정으로 자리를 비우게 됐고, 그 사람의 존재를 잊은 채 제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사회생활을 했습니다. 하는 일이 너무 재미있었고, 같이 하는 선배들 하나하나가 끈끈했습니다. 하지만 즐거운 시간은 빨리 흐르지 않던가요? 그 사람이 돌아올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인식했을 무렵, 전 고민 없이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사회생활을 해보니, 일이 아무리 좋아도 사람이 힘들면 삶 자체가 힘들어 지더라구요.
2. 참 좋았던 전 직장
그곳에는 좋은 선배들이 참 많았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많이들 말려주셨고, 그 덕에 매일 술독에 빠져 살았습니다. 지금 보니, 그때가 참 행복했네요. 사직서는 팀장 선에서 묶여있었고, 좋은 선배들이 돌아가며 술 마시 자고 했던 그때가 말입니다. 수많은 인생 상담이 오갔고, 진심 어린 조언들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그러다 한 선배가 나가지 말라는 조언 대신 다른 제안을 해준 것이 바로 이직이었습니다. OO 회사에서 사람을 뽑으니, 그곳에서 제가 좋아하는 일을 더 해봤으면 좋겠다는 아주 진심 어린 조언이었습니다.
3. 이직자의 삶
그 선배 덕에 전 망설임 없이 이직자가 되었습니다. 웃긴 건 과장쯤 됐을 땐가? 절 그리 괴롭히던 분이 다른 회사 임원이 됐고, 어느 날 연락을 해서는 본인 회사로 이직할 생각이 없냐는 제안을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그분을 못 볼 정도는 아니었지만 앙금이 사라진건 아니었는데, 두 가지 감정이 교차했어요.
‘내가 누구 때문에 그토록 좋아하던 회사를 그만뒀는데...... 이제 와서 같이 일하자고?’
‘드디어 완강한 거절로 소심한 복수가 가능한 건가’
뭐... 사실 거절한다고 복수라고 보긴 좀 어렵습니다. 그분이 무슨 피해를 보는 것도 아니고, 제가 그렇다고 엄청난 이득을 보는 것도 아니었죠. 그래서 더 쿨하게 거절했습니다. 이런 게 인생인가 봅니다. 이분보다 더 강력한 선배를 만나 3년간 지옥을 맛볼 줄도 모르고 혼자서 쿨했더랬죠.
4. 결국 사람입니다
결국 모든 것의 답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행복이든 불행이든, 어느 장소를 좋은 곳으로 혹은 나쁜 곳으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성공과 실패를 만들어 내는 것도 결국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둔한 사람들은 사람을 소모품으로 보고, 필요에 따라 분류하고, 쓰다 버리고, 그러니까 막 쓰고 함부로 대합니다. 어리석한 유전자 덩어리 같으니......
그 사람들은 이런 감정을 알 수나 있을까요? 보내주기 싫어서 잡아보고, 갈 줄 알지만 또 잡아보고, 그런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내린 결정을 다시 고민해보고..... 이런 사람들이랑만 같이 일하면 얼마나 재미날까요?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집니다.한편, 지금 제가 사직서를 제출하면, 예전 그 선배들처럼 잡아줄 사람들이 있을까 싶어서 조금 서글퍼지고, 그 선배들이 그리워집니다. 그때 그 시절이 말입니다. 사람 냄새 가득 나는 사람들로 주변이 가득하고, 제가 동료들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을텐데 참 어려운 일입니다.
5. 이직을 추천하나요?
저는 결국 사람을 피하는 방법으로 이직을 선택했고, 그 결과가 좋았는지 나빴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어찌 됐건, 지금 회사에서 연구원으로 근무 중이니, 그때 그 선배가 해줬던 조언이 제 인생에서는 큰길을 선택하게 해 준 것임은 틀림없습니다.
이직이라......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렵지만, '한번 해본 사람에게는 어쩌면 충분한 것.' 하지만 처음으로 고민 중인 사람에게는 '망설임 없이 해보라고 해주고 싶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모든 회사는 문제를 가지고 있고, 그 문제가 본인에게 납득될 영역인지가 중요하니까요. 이직자분들! 힘드실꺼예요. 하지만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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