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이 제일 힘들다는 말은 불변의 진리인 모양입니다.
1. 출발 전날
어렵게 숙소를 정하고, 항공권과 보험까지 잘 해결했는데, 내일이 출국일자임에도 불구하고, 학생 비자의 발급이 계속해서 늦어졌습니다. 이유는 여러가지였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어학원의 안일함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부랴부랴 관광 비자를 급하게 신청해서 90일의 시한부 목숨을 얻은 채로 무작정 호주로 출발했습니다. 이 판단이 나중에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말이죠.
2. 호주 도착
총 13시간 정도의 비행과 한번의 경유를 잘 이겨내고 저희 가족은 호주 애들레이드에 도착했습니다. 한국이 겨울일 때 출발했는데, 고작 열 시간을 넘게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다고,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는 여름의 호주를 마주하게 될 줄이야....... 바다는 일품이었고 석양은 환상이었습니다. 한 시간씩 버스를 타고 수업을 들으러 다녔지만, 그것도 호주를 즐길 수 있는 아주 좋은 시간들이었죠.
3. 애들레이드
애들레이드는 한국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남호주 중에는 큰 도시 중 하나입니다. 대도시는 아니어서 아늑하고 조용한 곳이지만, 축제들이 끊이지 않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시드니나 멜버른과 같은 큰 도시가 아니어서 전 오히려 좋았습니다.
아이들이 바다에서 서핑을 즐기고, 좋은 와인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마실 수 있으며, 인종 차별이 크지 않은 곳이라서, 아이들이 이곳에서 자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여름 날씨는 환상이었고, 겨울에는 조금 추웠지만 10도 안팎이라 한국처럼 극한의 추위를 맛보기도 어렵고요. 하지만 바람은 남극바람이 불어와서 겨울인 6월부터는 오리털 점퍼가 필수이기는 합니다.
4. 결국 터저버린 비자 사건
90일이라는 시한부 비자를 들고 어학원을 다닌 지도 어느 정도 흘렀을 무렵, 호주 이민국에서는 학생비자를 거절하는 통보를 해왔습니다. 이유는 딸아이가 만 5살이었는데, 호주는 이 나이부터 초등학교를 다녀야 했던 것입니다.
유학원에서는 알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대처도 문제가 많았습니다. 아이를 전학을 시킨다는 둥, 시간이 급한데 본인들 멋대로 학교를 더 알아보겠다는 둥 난리도 아니었죠. 결국 호주 교육청과 안 되는 영어로 한참을 씨름한 끝에 딸아이는 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어렵게 학생 비자를 받아 문제없이 연수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5. 돌아보니 잘된일
그 당시에는 사지로 딸아이를 밀어내는 느낌이었습니다. 영어를 할 줄 모르는 아이가, 한국에서는 학교를 다녀보지도 않은 아이가, 초등학교를 호주에서 가야 한다니...... 내성적인 아이의 성격도 걱정되는 부분 중에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되돌아보니 너무나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한 번도 영어를 가르친 적이 없는데 딸과 아들은 가끔 영어로 대화하기도 할 정도로 영어를 말 그대로 흡수했습니다. 가끔 친구들이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날이 오겠죠??
6. 주의사항
저희 딸처럼 아이들과 동행하는 경우에 아동이 학교에 가야 하는 나이가 될 경우, 학생 비자는 아이도 함께 학교를 다녀야만 발급됩니다. 학생 비자에 건강 보험이 필수이고, 학생 비자의 경우 주 20시간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학교는 거주하고 있는 주소지에 따라 달라지며, 영어를 못하는 아이들의 경우, 해당 아동들을 위한 반이 편성되는 학교가 있기도 합니다. 다른 것들은 또 다른 주제로 이야기드릴게요. 지금 생각해 보니 참 다사다난한 호주 생활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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